모자이크

따뜻한 손은 내 이름을 ‘유리’라 지어주었어요.

 

맑고 깨끗한 유리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바램이었죠.

따뜻한 손은 튤립을 선물해줬어요. 그리곤 숨겨보라고 했죠.

우리 둘의 가장 재밌는 놀이였어요.

튤립을 유리의 등뒤로 숨기자 따뜻한 손은 말했어요. “ 그래도 보인단다. 넌 투명하거든”

따뜻한 손은 내 투명함을 기뻐했어요.

그래서 그랬을까요? 유난히도 흐린 날씨는 내 마음 마져도 흐리게 하고, 밝은 햇살에는

마음에 밝은 햇살이 들어왔어요.

비오는 날에는 턱끝으로  눈물이 흘러내려

따뜻한 손은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깨끗한 손수건으로 닦아줄때면 햇살이 거짓말처럼 비춰졌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검은 그림을 봤어요.

그림에게 인사했어요. “안녕! 나는 유리야.” 그러자 그림은 말했어요.

“ 네 유리에 내 그림을 담아보는게 어때? 난 지금은 세상 모든 화려한 색을 모으고 있어!

 곧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화려한 그림이 될거야.”

투명하기만 했던 유리에 그림을 담자

내 투명함은 사라지고 검은색만이 보였어요.

그림은 노란색을 담아도 검은색이 되고, 파란색을 담아도 검은색이 된다며 화를 냈어요.

그럴때마다 유리는 얼룩덜룩해졌답니다. 검은 그림때문에 눈물이 나면 그림은 말했어요.  “내 그림을 망치는 넌 필요없어!.”

 그림은 새차게 유리를 밀치고 떠났습니다.

그동안 탁자위에 위태롭게 서있던 유리는 단단한 바닥 위로 떨어졌어요.

“ 쨍그랑!”

밝은 햇살이 가득 담겼던 미소도, 빗방울과 함께 번지던 눈물의 흔적도, 흐린 날씨에 서리던 김도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죠.  

떨어지던 그 순간 따뜻한 손길을 본것 같았어요. 그러나 늦었던 걸까요.

이제 나는 ‘유리’도 아니에요. 산산 조각나버린 버려진 깨진 조각입니다.

따뜻한 손은 날 기억하지 못할거에요.

이 부숴진 조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겁니다.

그때였어요. 온방 가득 쨍그랑 소리 이후 적막만이 흐르던

캄캄한 방의 커튼이 활짝 열리고

따뜻한 손이 산산히 조각난 깨진 조각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이제 쓰레기 통 말고는 갈 곳을 기대할 수 없기에

겁먹은 내 눈을 질끈 감고 더 어둔 바닥으로 곧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부서진 내 모든 유리 조각에 눈부신 빛이에 통과하기 시작했어요.

얼룩덜룩해서 더이상 투명하지도, 깨끗하지도 못했던 유리를

따뜻한 손은 한 조각 한조각 날까로운 모서리에 이곳저곳을 찢기며 모은거에요.

따뜻한 손이 내게 줬던 첫 선물 분홍 튤립을 똑 닮은 모자이크로 다시 태어났어요.

햇살이 비추면 모자이크를 통과한 빛이 화려한 색으로 따뜻한 손에 비춰졌답니다.

따뜻한 손의 찢겨진 상처가 다행히도 아물어갈때 쯤 나는 용기내어 말했어요.

“미안해요. 나때문에 이런 흉한 상처가 남아서요..”

그러자 따뜻한 손은 말했어요.

“이건 흉한 상처가 아니야, 사랑의 흔적이란다.”

따뜻한 손은 나를 앞으로 유리라 부르지 않겠다 했어요.

“ 그럼.. 이제 뭐라고 할건가요?” 라고 물었답니다.

 이제 투명하지 않는 내 모습에 실망해서 그런걸까 마음 졸여할때 따뜻한 손은 말했어요.

“ 나의 소중한 보석”

산산히 부숴진 유리조각을 보석으로 만든 따뜻한 손

그 따뜻한 손에 보석은 양볼을 비비다가 잠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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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숴진 마음, 깨진 영혼을 어떻해 할지 몰라 눈물 흘리던

그녀에게 내 모자이크를 보여줬던 날 떠오른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2024.1.1

새 사람을 입었으니 이는 자기를 창조하신 자의 형상을 좇아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받는 자니라 골로새서 3장 1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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